[데스크 칼럼] 주택 개발 생태계 붕괴 막아야

입력 2024-02-21 17:26   수정 2024-02-22 06:44

지난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이후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에 칼을 빼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올해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기자본의 20%를 보유해야 이른바 ‘시행’으로 불리는 부동산 개발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용역을 줬다는 소리도 들린다. 미국 등 선진시장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해 곳곳에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본금 요건 강화는 시행 생태계를 흔들어 주택 공급 기반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사업비 20% 감당할 시행사 없어
업계에선 국내 시행사(디벨로퍼) 규모를 6만여 곳으로 추정한다. 시행사의 설립 자본금은 법인 3억원, 개인 6억원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시행사 추진 중인 3600여 개의 PF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금리와 공사비 급등, 미분양 속출, PF 부실 현실화 등으로 3년째 표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비는 토지비, 공사비, 시행사(조합) 이익 등으로 이뤄진다. 그동안 시행사는 땅값의 5~10% 금액으로 계약하고 브리지론을 통해 토지를 확보했다. 토지비와 최소한의 회사 운영비만 보유하는 수준이었다. 인허가를 거쳐 분양하면서 본PF 조달로 브리지론과 공사비를 충당한다.

이 같은 관행에서 시행사에 토지비가 아니라 사업비의 20%를 감당하라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에서 전체 사업비가 1000억원이라고 할 때 토지비는 20%(200억원) 남짓이다. 시행사는 토지비의 10%인 20억원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사업비 20%로는 산술적으로 10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 등 인기 주거지는 땅값 비중이 사업비의 50%에 달한다. 예컨대 서울에서 사업비 1000억원짜리 개발 프로젝트는 땅값이 500억원이고 땅값의 10%인 50억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시행사는 토지비 부담이 낮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금 확대 단계적으로
시행사가 개발 가능한 땅을 사서 인허가받은 뒤 분양하고 준공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너무 많다. 정부 정책과 금리 변동, 매수 심리 변화, 지역별 공급 규모 등 시행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수두룩하다. 수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하는 이유다.

최근 아파트 공급 부족에 따른 주거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아파트 착공 물량은 17만114가구로, 2022년에 비해 43.1% 쪼그라들었다. 3년 뒤 입주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개발사업은 재건축·재개발과 함께 대표적인 민간 주택 공급 방법이다. 업계에선 ‘PF 광풍’이 지나간 뒤 시행사 난립과 토지 확보 경쟁을 막기 위해 장기적으로 시행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첫걸음으로 토지부담을 전체 땅값의 20~30%까지 순차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권이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고 PF 본래 취지를 살리면 건전한 시행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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